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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칼럼_200309] 코로나로 빼앗긴 봄을 기다리며
관리자 | 2020-03-10 11:20:03 | 390


“빼앗긴 봄을 되찾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한 때”      




온 나라가 비상이다.

계절은 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지만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해마다 3월 이맘 때면 만물이 소생하고 힘찬 기운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시기인데 올해는 학교마저 개학을 연기하여 언제쯤 등교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도 없는 상태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직장을 나와도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아이들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르신들은 노인정, 복지관이 문을 닫으면서 어디 갈 데가 없다. 그래도 간간히 걸려오는 자식들의 ‘어머니, 아버지 어디 밖에 나가시지 마세요’라는 안부 전화가 유일한 위안이다.

어디 그 뿐인가 ‘인생의 새 출발’ 앞에 선 신혼부부들은 산뜻한 봄바람과 함께 미래를 기약했지만 하객도 없는 썰렁한 식장에서 100년 가약을 맺고, 마스크 쓴 상주와 계좌이체가 예의가 되어버린 장례식장....., 코로나19는 일상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누군가는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라고 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7천명을 넘어선 가운데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대부분 쓰지 않았던 마스크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돼버렸다. 마스크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라 이제는 마스크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지역경제, 특히 골목상권은 존폐를 넘어 생사의 기로에 섰다. 코로나19 확산이 점차 수그러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던 시점에서 예상 밖의 대구지역 집단감염으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소비절벽’에까지 봉착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쏟아진다. 소비심리 등 체감경기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거리에는 문 닫는 가게도 많고 한산하다. 가게를 운영하는 많은 상인들은 종전보다 매출이 70% 이상 줄었다며 울상이다. 한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은 코로나19보다 경기침체 현상이 더 무섭고 슬프다고 하소연을 한다. 소득감소로 인한 건물임차료와 직원임금, 각종 공과금 부담이 어렵고, 더 나아가서는 본인 가족의 생계도 이어가기 힘들다고 한다.

삼천동의 한 식품업체 대표는 “코로나19로 많은 것을 잃고 있는데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코로나를 극복하더라도 예전처럼 회사 운영을 할 수 있을까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다. 결코 엄살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기업 피해도 크다. 내수 침체까지 겹쳐 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 경영실태 조사' 내용은 기업의 절박하고 암담한 처지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중소기업의 70.3%가 코로나 사태로 애로를 겪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2월 초 조사(34.4%)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수출입 기업과 서비스 업종의 어려움이 더 크다. 수출기업 66.7%, 수입기업 78.2%가 피해를 봤다고 응답했고, 원부자재 수입 애로와 국산 대체비용 증가, 중국 근로자 격리에 따른 현지 공장 가동 중단의 피해를 호소했다. 국내 서비스 업체들의 66.5%는 내방객 감소, 매출 축소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피해에 대한 마땅한 '대응방안이 없다'라는 기업들의 답변이 아프게 와 닿는다.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함을 시사한다.

정부·지자체가 경기침체에 취약한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역부족인 듯 보인다. 정부지원이라는 게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피해 기업·소상공인의 상처를 전부 보듬을 수도 없고 재정지원은 결국 빚이라 사태가 종식된다 해도 소상공인의 삶은 막막할 수밖에 없다. 도산의 막다른 길목에 내몰려 쓰러져가는 기업들을 외면하기 어렵다.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기왕 도와주려면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기존의 대출이나 보증 금액과는 별도로 필요한 만큼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실기하면 백약이 무효가 된다. 전북도가 지난 3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국 처음으로 소상공인에 대한 공공요금 지원, 착한 임대인 이차보전 등 민생과 지역경제 안정화 방안을 담은 긴급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이번 추경은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관광업계, 기업 등을 대상으로 재정적 지출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제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한다.



또한, 도민들이 극도의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봄을 깨우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주 한옥마을 건물주들의 작은 몸짓으로 시작되었던 임대료 인하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착한 임대인운동' 바람을 일으켰다. 민간의 안간힘이 그래서 더 빛을 발한다. 정부가 일정 부분 소상공인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기로 한데 이어 전국 골목상권, 전통시장 건물주들도 임대료 인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빼앗긴 봄을 되찾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

오늘 아침도 카~톡하고 울린다.

화사하게 핀 벚꽃 사진 속에... 3월엔 당신의 삶에 행복한 일만 가득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