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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칼럼_170709]직장인은 글쓰기가 두렵다
관리자 | 2017-07-09 15:14:07 | 1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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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원고 마감을 앞두고 그야말로 글쓰기의 어려움을 절감했다. 도대체 뭘 써야 할지? 아침에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하면서도 또 한가로이 커피를 마시면서도 운전을 하면서도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컴퓨터 자판 앞에 제목도 쓰지 못한 채, 근 3주간을 그렇게 보냈다. 원래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잘 쓰는 사람도 아니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도 말이다. 솔직히 글쓰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미처 몰랐다. 지금도 호시탐탐 닭의 배를 가르고 생기다 만 알을 꺼내려고 하고 있다.

말과 글은 우리 생활의 일부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는데 글을 쓰는 것은 두려워한다. 말은 청산유수로 막힘이 없이 하다가도 글로 쓰라고 하면 한 줄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 아이들도 말은 대통령 저리가라 하는데 글 쓰는 걸 보면 가관이다. 뭐라고 할라치면 뭔 내용인줄 알면 됐지……, 뭐 미주알고주알 잔소리냐는 식이다. 난 공들여 감동적인 문자라도 보내면 돌아오는 답은 겨우 ㅇㅇ, 아니면 ㅇㅋ다. 그런데 나 역시도 같은 문자를 남발하고 있다. 익숙함과 편리함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식이 없어서, 혹은 사고력이 부족해서 글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식이 없고 사고력이 부족하다면 말하는 것도 역시 어려워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말은 잘해도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결코 지식과 사고력에 있는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그러면, 무엇 때문일까?

주흥사가 하룻밤 사이에『천자문』을 만들었는데, 수염과 머리카락이 온통 새하얘지고, 집에 돌아와서는 두 눈의 시력을 잃고, 죽을 때까지 마음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고 한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글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글쓰기는 생활의 중요한 일상이다.

아마 글쓰기가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평소 일상생활에서 마음과 같이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먹고 살자니 일은 해야 하고 또 그 뒤끝에 따라붙는 술 한 잔의 유혹도 거부하기 어렵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없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남 일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 스마트폰이 한 몫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글쓰기 지도에 전력을 기울인다. 직장인이 수험생들처럼 논술학원에 다니기도 하고 일부 대학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글쓰기 관련 학점을 이수해야만 한다고 한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학생들이 장차 사회로 나가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면 글 쓰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취업을 준비하는 우리 청년들이 글쓰기에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기업에서도 기본 직무소양 과목에 글쓰기 관련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사실, 회사 입사에서도 글쓰기 능력은 자기소개서 외에는 거의 없다.

직장인들의 하루 일과도 글을 쓰는 일들의 연속이다. 많은 부서에서 다양한 업무가 진행되지만, 기본은 기획서와 보고서 작성으로 이뤄진다. 대부분 계획, 기안, 결과보고 등 초보단계부터 각종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종합ㆍ정리하는 보고서, 문제를 찾아내 미래를 예측하며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연관된 모든 자료와 정보를 종합하여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창출해 내는 일련의 과정들이 글쓰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사실, 모든 분야에서 글쓰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행정은 물론 관, 기업에서도 다양한 사업 추진을 위해 사업계획서를 잘 써야 예산을 확보할 수 있고 선정되기도 한다. 또한, 기업은 창의적 생산성을 요구하는 경영환경에 따라 지식과 정보를 서로 연결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향상된다. 마케팅 역시 소셜마케팅 붐업에 따라 미래 기업의 성공은 원활한 내부 소통에 달려 있는데, 이는 곧 직원의 글쓰기 수준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다독과 습작 외에는 달리 비결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두보(杜甫)는 "책 1만권을 독파한 뒤에야 비로소 붓을 들면 신들린 듯이 글을 쓸 수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어떤 글이든 언제든지 쓰겠다는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을 통해 세상을 만나고, 그를 통해 새로운 깨달음에 이르는 것, 그리고 새로운 일을 향한 도전의 열정을 얻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운 수많은 글들 중에서 지금도 떠올리면 가슴이 뛰고 설레는 작품들이 스친다.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 알퐁스 도데의 ‘별’, 이양하의 ‘나무’ 김규련의 ‘거룩한 본능’ 등등. 적어도 감수성이 예민한 내게 이러한 글들은 지금까지도 평생 나의 사고, 감성 그리고 세상을 보는 시각에 좋은 영향을 준 명품 수필들이다. 그 덕에 오늘 이렇게 졸필이라도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