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언론보도
[칼럼_180403] 봄이온다……, 군산에도
관리자 | 2018-04-03 08:49:35 | 966
지난 26일 군산여고 학생들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저희 군산을 살려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들은 "군산은 2017년 7월에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조업을 중지해 5000여 명의 직원과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주변의 많은 하청업체의 직장을 빼앗긴 직원들이 땅바닥에 주저앉거나 타지로 떠났다"며 "이로 인해 군산시의 상가 및 식당, 원룸 등은 폐허로 변한 지 오래 되었으며, 설상가상으로 이제는 한국지엠 자동차마저 5월에 폐쇄 예정으로 군산의 경제는 더욱 침체되고 시민 분들은 큰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군산은 새만금 사업을 통해 민간 기업의 투자 및 사업이 가장 활발히 추진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곳이다. 군산은 일제 강점기 항구도시로서 성장해 제지·합판 등 공업이 발달하다 최근에는 조선과 자동차 중심의 첨단산업 도시가 되었다.

그 뿐인가, 군산 지역은 독특한 매력과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 도시로 최근 젊은이들의 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군산만의 독특하고 고즈넉한 풍경을 보여주는 ‘히로쓰 가옥’과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초원사진관’, 그리고 경암동 철길마을 등이 있다. 이렇게 군산에서만 볼 수 있는 근대 문화유산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섬과 섬 사이를 잇는 웅장한 고군산연결도로 개통으로 관광도시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도시이다.

그러나 최근 군산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5월말 한국GM 군산공장 폐쇄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연관 산업군, 소상공인들까지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며칠 전 만난 한 협력업체 대표는 지난 해 이미 공장 문을 닫았고 가족같이 함께 했던 직원들은 모두 떠나 지금은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 다른 퇴직자는 눈을 떴을 때 갈 곳이 없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며 맨날 소주와 눈물로 보낸다고 한다. "희망퇴직을 하고 군산을 떠나려고 했어요. 군산에 일자리 자체가 아예 없잖아요. 앞으로 뭘 하면서 살까…. 처하고 자식 생각밖에 없죠." "조금이라도 실마리를 찾고 싶으니까 그거 때문에 5월까지는 무조건 (공장을) 열어 놓아야 돼요. 혹시라도 모르니까." 사장도 직원도 모두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얼마 전 군산을 고용 및 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정부 부처의 현지 조사가 실시되었다. 조사단은 노동자, 상공인, 공장·조선소, 지자체 일자리 담당자 등과 잇따라 간담회를 열고 현장과 지역경제계 절박한 목소리도 들었다. 고용위기 및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이 되면 정부가 고용유지 특별지원, 실업자 종합지원대책 수립 등의 특별 재정·행정지원 및 기업ㆍ소상공인을 위한 금융ㆍ재정지원, 연구개발, 투자유치 지원 등이 이뤄지는 제도다. 하지만 하루가 급하다. 지역경제가 빠르게 가라앉고 있으며 시민들의 불안은 우려와 걱정의 수준을 넘어 패닉 상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정말 이대로 폐쇄된다면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향후 대책과 활용 부분에 대해 세심하게 정부, 지자체 등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특히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과 미래형 자동차 산업의 연계성을 고민하면 충분히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고용도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특히 정부나 또는 지자체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대학, 관련 기관들도 다 함께 해야 한다. 단 1%의 생존가능성이 남아있다면 어느 누구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군산시도 지금의 위기 상황을 이끌어가는 '컨트롤 타워'를 재정립하여 시름에 잠긴 군산시민과 전북도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시책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현재보다는 훨씬 더 큰 혁신적, 대담한 프로젝트가 나와야 한다. 군산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과 임기응변을 넘는 근본적인 장기 대안을 찾아야 한다.

다행히 전라북도가 위기에 처한 군산경제를 회생시킬 대책으로 ‘지역혁신프로젝트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전기상용차 중심의 자율주행 글로벌 전진기지’육성 계획을 내세웠다. 전북은 전기 상용차 중심의 자율주행 전진기지를 육성할 만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새만금 지역 내부도로가 갖는 자율주행 인프라와 최근 부각되고 있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연계성도 좋을 것이다. 또 기존 플랫폼 등 시설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최대한 찾아야 한다. 그야말로 슬기로운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미래 전략 산업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군산여고 학생들의 편지와 한 퇴직자의 블로그 글이 한반도의 해빙만큼이나 간절히 봄을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궂은일이라도 꼭 직장을 구하자. 자존심은 아예 버리자. 아직 학생인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뭐라도 배워서 이곳저곳 다니며 밥값이나 벌어볼까......,
지금은 추워도 용기를 갖자. 우리도 무엇인가 해야 할 것 아닌가. 삶을 포기할 순 없지 않은가.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해 보자.

봄이 온다. 군산에도…….,

출처 : 새전북신문(http://www.sj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06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