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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칼럼_180508] 골목의 가치와 브랜드
관리자 | 2018-05-08 16:11:41 | 771
 지난 주말 서울에 사는 지인이 모처럼 전주에 놀러와 한옥마을을 비롯해 전주 시내를 한가로이 걸어 볼 기회가 있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예전에는 참 많이 걸었던 길이었는데 요새는 걸어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어릴 적에는 굉장히 넓고 운치있었던 그 골목길들은 세월의 흐름속에 많이 변해 있었다. 어디든 세월이 지나면 발전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걷는 내내 중고등학교 시설 그 거리, 골목길을 더듬느라 부지런히 걸었던 것 같다.
 최근 신문에 ‘미원탑 복원’기사가 실렸다. “순자야 내일 2시에 미원탑에서 만나자” 사실 필자는 그 당시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그 곳에서 약속을 잡을 나이는 아니었다. 다만, 시골 부모님께 전화를 하기 위해 바로 옆 건물인 전신전화국에 종종 들렀던 기억은 난다. 시간이 흘러 약속은 주로 ‘시집가는 날’ 앞이나 ‘해태다방’ 정도였고 그 후에는 ‘헌트 사거리’ ‘민중서관’ 등으로 점점 바뀌어 갔던 것 같다. 지금도 가끔 그 때 당시 만남의 장소를 어디로 했느냐에 따라 세대를 구분짓기도 한다.
 어느 지역이나 사람들이 장소를 지칭할 때 쓰이는 여러곳이 있는데 전주에서는 객사 앞, 관통약국 앞, 동문사거리, 오거리 등등. 예전에 경전라사 사거리도 그런 장소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동네마다 그 지역을 상징했던 가게 이름들이 그 인근의 상징성을 가진 일종의 랜드마크였고 어느 곳은 수십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요즘 골목길이 부상하고 있다. 누구나 어렸을 적 골목길에 대한 추억은 한두가지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좁은 골목길에서 야구도 하고 축구하고 하고, 사람이 지나가면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바로 벽에 붙어 일시 정지모드로 서 있다가, 다 지나가면 또 시작 휘슬이 없어도 바로 플레이 모드로 전환되었던, 나름 민주적이고 세련된 룰을 가진 놀이 문화였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아파트단지들이 들어서면서 골목길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 또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사라져 가기에 더 찾고 아쉬워하는 것이 아닐까?
 복잡하고 정신없는 도심의 한복판에서 비켜 선 한적한 곳이나 시골의 소박한 골목길에 매력적인 가게와 카페, 음식점이 들어서고, 독창적이고 전문적인 것을 찾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전주 한옥마을, 통영 동피랑벽화골목, 부산 감천동 문화마을, 해운대 달맞이고개, 대구 김광석 거리, 심지어 노량진 컵밥 거리도 골목상권으로 떠오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골목길이 부상하면서 다양한 문화가 형성되고 특히 젊은 청년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감각으로 또다른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
전통시장에서 시작한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라는 남부시장 청년몰의 캐츠프레이즈는 어찌보면 당돌하고 철없어 보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꿈이 있는 청년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모인 ‘청년사업공간’으로 현재는 외부의 지원없이 청년상인들의 자치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젊은 청년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톡톡 뛰는 감각적 멘트를 보면서 전통시장은 물론 골목길의 무한한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모든 게 변하고 각종 상호나 음식점 간판까지도 진화한다. 사람에게 첫인상이 중요하듯 잘 지은 가게 이름 상호는 기억에도 오래 남고 눈에도 쏙 들어온다. 그래서 손님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하고 그 지역의 상징성 있는 명물이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고사동의 <빈센트 반 고흐>는 단연 돋보인다. 1979년 3월 다방이 아닌 카페로 문을 연 이 곳은, 지금도 사이폰 커피와 추억을 마시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는다고 한다. 물론 1952년 문을 연 최고령 <삼양다방>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옆 <장미호떡>은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그 때 당시에도 세련되고 멋진 이름의 가게들이 참 많았다.
남부시장 청년몰 2층의 <순자씨 밥줘>란 보리밥집도 명물이다. 이 기발한 이름은 최순자씨의 큰딸이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수제옷 전문점 ‘탐관오리’, ‘책방 토닥토닥’, ‘솜씨공방’, ‘가죽공예점 독수공방’, ‘FunFun한 공작소’, ‘같이놀다가게’, ‘그녀들의 수다’ 등 기발하고 재미있다. 개그맨 전유성씨가 지었다고 알려진 양꼬치집 <양들의 침묵>, 꼬치 전문점 <꼬치피면>, 소 잃고 열 받아 차린 고깃집 <이랴이랴> 역시 매우 기발하고 감각적인 브랜드임에 틀림없다.
 정말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브랜드를 접하고 또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수많은 브랜드 속에서 끊임없는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브랜드에 끌리면 가격이 조금 비싼 것쯤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비자는 기꺼이 선택하게 된다. 전통 없는 혁신은 실패하고, 혁신 없는 전통은 사라진다. 마케팅 없는 브랜드는 상품이 안 되고 브랜드 없는 마케팅은 명품이 안 된다. 전통과 혁신, 브랜드와 마케팅의 창조적 조합을 통해 지역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골목길 접어들때 내가슴은 뛰고 있었지…….

출처 : 새전북신문(http://www.sj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09148)